김미숙展(갤러리 아트숲)_20151126

꽃이 된 표범들…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 화려한 무늬를 가진 추억들이 밀려왔다 빠져간다. 자유로운 움직임들이 모든 것을 잊고 쉬게 한다. 잠들어있는 여인을 따라서 눈을 감고 분주한 의식을 멈추는 순간을 작가는 기대한다. …다양한 무늬들의 연속, 그 유혹에서 내 안에 있는 무늬들이 하나씩 살아난다. 인류가 시작된 아프리카가 보이고, 생명이 뛰어노는 초원이 보인다.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진 존재들이 공존하는 세계야 말로 평화로운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아무 것도 없을 때 상상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해야할까.겹겹이 포개어진 꽃잎들이 흔들린다. 푸른 표면 속 에 출렁이는 푸른 해협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림이 나를 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누워있는 여자의 잠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하는 것. 바닥이 된 치타가 초원을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얼룩말들의 식사시간이 좀 더 한가해지도록. 작가 김미숙의 평면적인 이야기를 따라가 그 이야기들이 내 가슴에 들어와 소실점으로 사라질 때까지 조용해지는 것을 배운다. 손톱이 얼룩말이 될 때까지, 낮잠에 빠진 퓨마가 여자가 될 때까지. 속눈썹이 긴 나리꽃이 기린이 될 때까지, 꽃병이 어린 새들이 될 때까지 쉬는 것이다. 그래서 단 하나 뿐인 지문을 가진 사물들의 무늬는 더욱 유혹적이다. 누워있는 여자, 의자, 꽃이 있는 꽃병, 의자가 벗어놓은 신발, 벽에 걸린 바다, 보랏빛 입술과 꿈꾸는 머릿결, 맨발에 닿는 단모 카펫들의 이야기가 멈출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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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미숙은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의 평면적인 그림에 두께를 주기위한 마티에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녀.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반짝이는 별이다. 보석보다 빛나는. 그녀의 내면에서 나오는 반짝이는 것들을 주목해본다. 많아서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없어서 간절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분명한 건 그녀가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안락한 의자에서 죽음을 읽고 그것 역시 반짝이는 것이라면 지나친 걸까. 의자는 우리가 결국 앉아야 할 죽음이고 죽음은 우

리가 앉아야 할 마지막 의자인 것이다. 죽음보다 큰 휴식은 없지 않겠는가.그 두려움에 대한 준비 작업이 바로 반짝이는 휴식이다. 수많은 의자를 바꿔 앉으며 내게 가장 잘 맞는 의자를 만날 때까지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행복일지 모른다. 아프리카 인디언들이 달리던 말에서 잠시 내려 미쳐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려준다는 이야기처럼 잠시 멈춤. 바쁘게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보내는 휴식으로 작가 김미숙의 세계는 새롭게 다가온다.//시인 신정민 글 중에서//

– 장소 : 갤러리 아트숲
– 일시 : 2015. 11. 26 –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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