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슬展(갤러리 조이)_20200415

//인터뷰 내용//
제가 작업을 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저의 내면세계를 질서정연하게 가꾸어 가는 과정이 되기도 하고, 일기와 같이 제가 기억하고 싶은 경험이나 메시지, 그 순간의 감정들을 하나의 형상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되기도 해요.
마치 한 시절에 많이 듣던 멜로디를 한참이 지나 다시 듣게 되었을 때, 그 때의 시절로 되돌아가고, 그 감정을 다시 기억하고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저는 그러한 기억의 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각적인 기록물을 섬유예술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주로 사용한 ‘Ikat’이라는 직조기법은
직조를 하기 전에 먼저 경사에 염색을 하고난 뒤에, 위사를 짜내는 방식이에요. 사람의 손으로 실을 묶고, 당기다 보면, 각각의 실들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미세하게 달라서, 짜내었을 때, 염색된 부분이 딱 떨어지는 색의 경계를 이루지 않고, 리듬감을 가지면서 서로에게 스며들 듯 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요.
이런 이캇 작업으로 표현된 자연스러운 색채의 변화가, 저의 일상 속에서 수없이 존재하는 감정의 변화 또는 희미하지만 명확하게 스며드는 기억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기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직조 작업은 실 한 올 한 올 계획한 순서에 맞춰 패턴을 만들어 가는데, 이 작업과정 자체가 갖는 절대적인 시간성은 하루하루 차곡히 쌓여가는 시간의 흐름과 닮았고, 또 질서를 만드는 규칙성은, 인간이 내면세계를 질서정연하게 가꾸어가는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전으로는 첫 번째로 ‘빛 가운데로 걸어가라.’ 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게 되었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그 일상 속에는 즐겁고 밝은 순간과 복잡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둡기도 한 순간들이 공존하는데, 그 어두운 순간을 한순간에 덮어버릴 수 있는 밝은 빛을 기억하고 그 빛을 향해 함께 걸어가자는 의미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소소하지만 일상 속에 비슷하게 경험하는 이야기와 감정들이 내적인 공감을 일으키고, 또 개개인에게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수많은 고민과 걱정거리들을 저의 단순하면서도 깨끗한 이미지의 작품을 관람하시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내면의 질서를 만드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하고 잔잔한 색감의 이번 전시작품을 보시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작가노트//
본 전시는 작가 개인의 기독교 감성(感性)을 전제로 한 자아표현으로써 성경의 ‘시편PSALM’ 말씀을 중심으로 현대 기독교인의 실제적 삶에서 끊어진 신앙과의 경계를 섬유조형예술 작품을 통해 회복시키고자 한다.
염색 직조기법으로써 ‘이카트(Ikat)’작업은 경위사(실)의 극과극의 결합으로 단단하고 거대한 하나의 촉각적면을 만들어 내고, 제직순서에 따라 수많은 형태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짜임 이전의 실의 염색은 제직의 과정에서 각각의 실의 당김에 따라 번지듯 자연스러운 경계선을 만들어 시각적 면들이 서로 스며드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 작품의 주기법인, 이카트(Ikat Weaving) 작업을 통해 수직으로 형과 틀이 되는 중심인 ‘경사’를 ‘신앙’으로, 하루하루 쌓여가는 ‘위사’를 ‘일상’으로 바라보았다. 분리되어져 있던 각각의 경사(신앙)과 위사(일상) 가짜임의 과정을 통해 서로가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직물’ 즉, ‘삶’이 완성되는 모습으로 비유하였다.
이카트 기법은 명확한 구분선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염색효과로 신앙과 분리된 일상의 경계선을 연결시키고, 영적인 내면세계를 마치 직조와 같이 질서정연하게 가꾸고자 하는 조형적 예술표현의 방법이자 시도라고 생각한다.//

장소 : 갤러리 조이
일시 : 2020. 04. 15. – 04. 2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