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展(이젤 갤러리)_20200717

//권지현 작업노트 – 프롤//
작가의 길은 유년시절부터 꿈꿔왔던 일이며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여도 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다. 제자를 양성하는 일을 겸하고 있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균형 있게 분배해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의 작업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후 나의 작업에 대한 길을 제시하는 의미가 크다.

고독/
나의 작업은 사적인 기억을 그림으로 이야기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내 주위는 따뜻했으나 나는 고독의 공허한 감정에 자주 쌓였었고 그러한 감정의 경험이 상기될 때 마다 단순히 과거에 멈춰진 기억이 아닌 현재의 유사한 상황과 혼재되어 웅덩이 같은 고독감 속에 빠져들곤 했다. 지금 화면 앞에서 작업을 하노라면 이런 감정들이 현재 대상 속의 세계를 이내 잠식한다.

평안/
어느 시기인지 정확히는 모를 어린 시절의 이런 감정들을 작업의 모태로 삼고 드러내기를 시작하면서 부터 나는 정서적 안도감과 평안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나의 작은 기억들과 감정의 조각들을 자연의 형상 속에 편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시공/
내 작업의 주 모티브는 자연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재현한 자연은 아니다.
자연 속 시공을 넘나드는 기억과 울림을 담아내기 위해 애를 쓴다. 이러한 울림이 내 작업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감으로 잘 다스려지고 승화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내 작품의 이야기가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위안이란 선물을 줄 수 있다면…

갈등/
이전에 작업을 하면서 구체적 대상이 없다면 난감했다.
그 후 내 작업의 길을 찾아 혼란 속을 걸었다.
나는 내가 표현하고자하는 감정들에 집착하여 풍경본래의 매혹적인 자태가 어느 정도 희생되더라도 내 안에 울림을 담기 시작했고 내 작품 속 자연의 실제 존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 배경인 듯 어쩌면 다른 시공 속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 그 안에 깃든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나의 작업은/
나의 작업재료는 투명성과 불투명성이 혼합된 수용성 안료이다. 색채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색의 감정을 찾으려 노력한다. 무거운 것과 어두운 것은 다르며 가벼운 것과 밝은 것도 다르다. 내 작품은 무거움 속에서 밝음을 담아내고 있다. 이를 위해 아크릴혼합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품을 이루는 주조색 블루는 명도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 화이트와의 단순한 배합에서 순수와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흔히 우울의 감정으로 해석되는 블루를 온화한 치유의 블루로 상반되게 감상되어도 좋을 것 같다.

에필/
내 그림 속에서 불고 있는 초록바람과 파란하늘의 깊은 적막 속에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0. 07. 17. – 07.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