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展(갤러리 아이링)_20200730

//전시소개//
글 : 문이원(화가)

일상의 순간이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이 아니게 될 때가 있다. 적막한 자연 안에서 들리는 갑작스런 새의 비상 소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바로 직전의 고요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듯 일상 안에서 각인되는 순간들은 그 범상한 사건으로부터 따로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들을 술자리에서의 진중한 이야깃거리로, 어떤 이는 글이나 가사의 소재로, 어떤 이는 그림의 소재로 쓰는데, 이때 그림으로 세상에 말을 건네는 이들에게는 이 순간들이 작품의 주제인 동시에 동기가 되기도 한다. 황지영은 이 찰나들을 그간 그녀를 스쳐지나간 문장이나 단어와 함께 이미지로 포착하여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삶이 주는 시간들은 작가의 예민한 자아가 고스란히 받아 느끼고 있음을 황지영의 작품을 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시간들, 사물들, 혹은 존재들의 정취를 헤아려 작가는 이들을 애상감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슬픈 감정에게 “여기까지.”라고 말 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삶을 이어 살아가야 할 자신을 비롯한 타 존재들에게 정신을 가다듬기를 희망한다. 선문답의 ‘할!’을 외침으로써 사실에 집중하여 감정과 상황에 의해 왜곡되거나 상처받지 말라고 이른다. 이는 큰 도로변에서 자주 목격되는 ‘버드 세이버(bird saver)’를 위협적인 검고 큰 맹금류로 오인하여 급히 피해버리는 작고 여린 새 자신을 섧게 여기기보다는, 그 검은 스티커 옆 먼지 낀 유리를 보며 자신을 살리려 했던 의도에 대한 고마움을 지각하라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떨어지는 잎 새에 슬퍼하지만 말고 꽃을 피우는 데에 온 에너지와 정신을 쏟으라 그녀는 말한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뒤 문득문득 찾아오는 먹먹함으로 인해 운전대에 소홀해지지 말라고, 괜찮지 않으면 세면대에 아픈 감정을 토렴하듯 걸러 내고 돌아와 “아무렇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라고 그림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감정을 정리하는 각자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고 삶을 나아가라고,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동행의 조화’ 위에 살포시 맨발을 올려놓아 꽃길을 걷기를 희망한다고, 이런 내가 ‘이렇게’, ‘여기’, ‘숨 쉬고 있다.’고 황지영은 온전히 그녀의 그림으로 세상과 대화를 시작했다.//문이원//

장소 : 갤러리 아이링
일시 : 2020. 07. 30. –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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