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展(갤러리 화인)_130418

최근 날씨 변덕이 심하고 기온이 오락가락 하지만 4월의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해운대 해수욕장은 여전히 많은 인파로 붐빈다. 해수욕장 주변에 센텀시티와 마린시티의 형성으로 이 지역은 부산의 다른 지역보다 더욱 활기차게 보인다. 이처럼 자본이 집중되는 해운대 한 복판에서 과소비와 경제적 부유함 등의 소유가치가 인간이 가져야할 근본적인 삶의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의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갤러리 화인에서 전시중인 이정기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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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기 작가는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 부산에서는 처음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의 주된 형상은 ‘돼지저금통’이다. 작가는 돼지저금통 형태에 조각 난 유리조각을 붙인 작품과 돼지저금통 형상을 평면으로 옮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평면 작품은 실크스크린 작업으로 회화를 전공한 작가의 여러 매체를 오가는 풍부한 아이디어를 느낄 수 있었다.

갤러리 화인의 정창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반추적 시선입니다. 반추적이라는 임의의 모티브는 소의 되새김질에서 얻었는데, 자신을 돌아보자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돼지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무분별한 과소비와 또 이면의 의미인 동전을 하나하나 모으는 돼지저금통을 통해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돼지저금통에 사용된 깨진 거울은 혼돈스럽게 비춰지는 시선을 통해 관객들에게 반추적 시선을 가지게끔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라고 설명한다.

돼지를 둘러싸고 있는 거울은 빛의 반사로 마치 파편 같은 효과를 주고 있는데 작가는 이것에 대해 ‘또 하나의 실적 존재로 우리에게 경외심과 자아성찰의 내적 공간 형성에 주술적 힘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깨진 유리조각을 붙인 돼지저금통을 통해 파편화된 거울 속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반성적 교훈을 체감시키고 있다.

작가는 이 밖에는 거울을 이용한 작가 부부의 형상, 일정한 바둑판 형태의 거울을 붙인 쇼핑백 등의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쇼핑백 옆모습은 마치 커다란 빌딩을 연상시킨다. 이 역시 조각난 거울과 쇼핑백을 통해 자본주의의 허와 실을 꼬집고 있는 것 같다. 평면 작품 속의 돼지 형상 뒤로는 ‘하잘 것 없는 가치’로 몰락한 동전들이 흩어져 있다.

『집에 깨진 거울이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보는 거울이라 한쪽 면이 깨져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단지 일상의 지루함과 무관심의 결과라 생각했다. 어느 날 고민이 많아 거울 속 내 모습을 뚫어져라 보면서 거울이 깨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깨진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은 잘리고 끊어지게 비춰짐으로 해서 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의 시간을 제공 해주었다. 그 후에도 깨진 거울은 또 다른 나를 만들어주고, 내 관심과 상상력을 유발 시켜 작업에 등장하게 되었다.』- 작업노트 중에서 –

빨간 돼지저금통을 통해 한 푼 두 푼 모으든 저축 이상의 상징적 의미, 즉 근면과 성실에 대해 생각하고 깨어진 거울을 통해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화인에서 5월 4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3. 4. 18 –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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