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展(갤러리 조이)_20210611

끌림과 아름다운 사랑의 레오파드 향연

민병일 | 철학박사(미학 : 시인)

끌림이란 우연에 의해 기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자연이나 사물의 관념을 수반하며 완전성을 추구하는 자아이상의 표출이라고 스피노자는 그의 논고에서 말하고 있다. 김미숙 작가는 일찍이 일상에서 끌림과 마주하고 있다. 그에게는 단순하면서도 특별한 소재는 물론이고 오래 기억되는 일은 경탄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그 끌림의 대상에 애정을 담다보면 각별한 사랑과 기쁨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일상 이런 사랑이나 기쁨의 감정은 타자와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나 여기서 그는 타자의 대행은 일찍이 꽃이 된 레오파드를 통하여 사랑으로 승화시켜주고 있다. 2003년 부산시립미술관 M갤러리에서 보여준 개인전 작품을 시작으로 아직까지 작업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아름다움의 개념을 가장 너른 차원의 즐거움 속에서 여러 방식과 통찰력 속에서 낚아오는 사물을 통하여 전개시켜 주고 있다. 그의 자세한 루틴은 2015년 핵사곤에서 발간한 이번 전시와 동명의 저서 ‘Leopard in Love’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작품 속에서 넘쳐나는 표범의 도도한 이미저리는 모든 사물 속에 덧입혀진 작품으로 점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지컬한 여인상, 꽃, 벗어놓은 펌프스힐, 코스프레 의상과 의자 등에 담겨진 레오파드 문양 속에서 받쳐주고 있는 얼룩말의 자브라 문양은 고혹적이다 못해 작가의 암중일기를 보는 듯하다. 그의 지난 과거시절은 항상 반추의 향수 같은 것이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지명知命의 나이에 홀로된 어머니의 헌신적 삶은 작가에게는 연민 속에서 강함의 아름다움을 고착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었겠고 작품제작의 번다한 일상은 가끔은 벗어나서 사색하며 쉴 수 있는 적요寂寥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이는 그의 대학시절에 다뤄진 ‘Rest’란 작품 테마에서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종종 오페라 막간의 인터미션 같은 휴식 공간이었다.

그의 일상 중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늘 김미숙 작가의 길을 앙양昂揚시켜주는 길잡이가 되었으며 후일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고흐의 강렬한 보색대비와 꿈틀되는 선묘의 흘림 속에서 화면 안에 넘치는 진동의 고동은 그에게는 지음知音의 동행자가 되었다. 보색대비와 선묘의 자유함과 강함의 아름다움은 그에게 상상의 빈곤을 벗어나 본인의 작품속의 배경으로 형태적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흔히 회화작품에서는 표현이란 주관성에 의해 침투된 객체성으로 상징적으로 묘사되는 구성적 요소라 볼 수 있다. 김미숙이 다루는 표범의 점무늬는 밤하늘의 별을, 어머니의 무형의 헌신적 삶은 별 헤는 밤을 담고 있으며 한편 이러한 별 속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윤동주의 어머니를 그리는 젠더의 합일된 사상이 담겨져 있다. 김미숙 작가는 동시대 회화에서 뒤따르는 변화, 색상, 분위기의 세 요소를 지배적으로 담아내어 주고 있으며 작가로서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한편 그의 작품 속에는 내면적인 스토리와 함께 표현주의적인 경향 속에서 원천적인 줄기가 서 있다. 작가가 인식하는 패러다임은 실재성 관련에서 상상력을 저하시키거나 작품의 다면성을 축소시키기 보다는 지각을 통하여 일루전으로 작용하여 표현하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실재성인 사물과 작품의 경계를 결합 시켜주는 단초가 되고 있으며, 샤를로바뜨가 주장한 광의의 현실모방의 자유방임적이며 음악성과 시상詩想까지 포괄한다고 보아진다.

작가의 성공은 한 순간으로 가늠되지 않는다. 작업의 훌륭한 결실을 이끄는 방법 중 하나는 좋은 원인을 만드는데 있다. 김미숙 작가는 흡사 밤하늘의 별같이 정명한 반짝임을 즐겨 다룬다. 2016년 아트페어지상전에 나온 ‘꽃이 된 레오파드’나 그의 2019년 갤러리마레에서 보여줬던 Present 주제의 ‘찬란한 어느 날’에서는 이 점이 여실히 강조되고 있다. 고흐의 미적이며 양식적인 정합성 아래 쏟아지는 태양광선이나 불타는 듯한 색채, 달궈진 주황색 대지와 암청색 바다의 이미지가 그의 작품에서 혼연함을 엿보게 된다. 흡사 어느 디퍼런스 클럽의 파티룩을 보듯 화려하며 심지어 사치함 마저 느낀다. 쿠스타프클림트의 다나에 여인을 보듯 관능적이며 에로틱한 판타지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작가의 아름다운 필연Beautiful Necessity의 작업으로 애초에 그의 작업의 주제가 재현, 묘사, 표현 등의 제식적인 중심에 서 있었고 원초적으로 주관적인 경험에서 오는 끌림의 표현이며 심상이다. 이제 레오파드는 그의 대표적인 수식어가 되었으며 끌림의 대상이다. 앞으로 끊임없이 전개될 그의 킬리만자로의 아름다운 표변豹變은 더욱 심도 있게 우리에게 감흥을 안겨주는 계절로 찾아와서 함께 할 것이다.//민병일//

장소 : 갤러리 조이
일시 : 2021. 06. 11. –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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