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2展(갤러리 H)_20210528

//건축사 신문 기사_2021.06.01//
“네가 설계한 공간에 나의 그림을 걸자….”
“어느 날엔가 우리 함께 2인전을 열면 좋겠구나….”

1987년 졸업설계 겸 부산건축대전 출품을 하루 앞둔 날,
판넬 작업을 도우러 온 미대 친구와 주고받았던 치기어린 약속이다.
아니, 친구의 일방적 제안이었다.

함께 있을 땐 괜히 나까지 고상한 존재로 신분상승 된 듯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예술세계에 푹 빠져들곤 했다.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친구는 경지에 올랐으나 나는 여전히 미천한 터라
다짐은 계속 미루어졌고 피하며 외면하던 차,

갤러리 관장님의 진심어린 권유도 계속 이어지고
둘 다 더는 미룰 이유가 없을 나이가 되어가기도 하고….

그는 그의 그림 가운데 건축이 함축된 작품을,
나는 뽀얗게 먼지 뒤집어 쓴 종이속의 건축들,
비록 실체화 되지는 않았으나 간절한 노력의 흔적,
건축행위, 그 과정의 소중함을 함께 음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건축사인지 설계사인지 여전히 헛갈려하는 우리의 고객들과
디지털 첨단 세대들과 함께.

오랜 친구 둘이서 그저 살아온 각자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내어 봅니다.

//조형장 건축사‧송호준 화가 ‘MAN2’ 전시//
“내가 설계한 공간에 너의 그림을 걸자.” 어린 날 두 친구의 약속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조형장 건축사가 송호준 화가와 함께 5월 28일부터 ‘MAN2’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는 부산시 보수동 소재 ‘GALLERY H’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7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초대장에는 ‘더 늦기 전, 서로의 세계에서 교집합을 끄집어내어 보자’라는 문구와 함께 두 친구의 각자 분야에 대한 멘트도 담겨 있다. 건축사에게 그림이란, 화가에게 건축물이란….

‘나의 드로잉은 단순한 자족적 환상이 아니라 조형 행위에 대한 쟁이의 집착력, 비록 실체화되지는 않았으나 간절한 노력의 흔적, 건축행위, 그 과정의 소중함을 함께 음미하길 바라는 또 다른 실체적 언어다. 2021년 조형장.’

‘내 그림 속의 건물은 한 작품 속에 존재하는 모델 같은 인격체이다. 그 건물의 형태와 색감을 보면 그곳에서 삶을 살아내는 이들의 개성과 세월을 느끼기 때문이다. 2021년 송호준.’

조형장 건축사는 “그림이란, 화가에게는 예술행위의 최종 결과물이지만 건축사에게는 실체화를 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우리의 결과물은 건축물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종이속의 건축’이다. 지어지지는 않았으나 간절했던 노력의 흔적과 여정을 담은 몇 장의 스케치를 걸었다”며 “일반인 또는 건축주뿐 아니라 건축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도 아날로그의 창작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창작에 있어서 종이와 연필을 사라지지 않는다는 나의 철학을 담은 전시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 건축사와 화가의 우정이 이루어낸 전시를 보며 마음 속 따뜻했던 추억들을 꺼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조형장 약력//
조형장 건축사는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부산건축사회 감사와 부산건축제 프로그래머, 건축사신문 편집주간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건축사사무소 메종 대표, 부산광역시 공공건축가로써 창의적 건축미학을 바탕으로 가치있는 공간 만들기 작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홍티예술촌(2017), 학장동 새밭마을 일원 새뜰마을 마스터플랜 도시재생(2016), 부산항거점형마리나복합시설(2015), 장유K-하우스(2013), 북항조형등대 실시설계(2012) 등이 있다.

//송호준 약력//
송호준 화가는 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화가이다. 뉴욕, 워싱턴, 시애틀, 북경, 상해, 일본 등 해외에서 전시하며 국내에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 미술 교육을 전공했으며 건축학 박사를 수료하였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재를 작가의 감성과 영감으로 새롭게 전환하여, 단순하며 강렬한 이미지로 표현해내는 작품이 특징이다. 17회 개인전(갤러리H, 2020) 이외에도 아트부산(벡스코, 2021), MAN2(갤러리H, 2019), 꿈으로의 여행(인사아트센터, 2018) 등이 있다.

장소 : 갤러리 H
일시 : 2021. 05. 28. – 07.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