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람스展(S+갤러리)_130612

달맞이 언덕에 위치한 에스플러스 갤러리는 6층 상가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데 그 건물에는 키즈 편집샵,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이 있어 주말에 달맞이고개를 찾는 관객들에게 다목적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바다 경치가 멋진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산업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디터 람스(Dieter Rams)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디터 람스가 오랫동안 근무했던 독일 브라운(Braun)사에서 제작한 30여점의 가전제품이 선보이고 있는 S+갤러리에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다. 놀랍게도 50년 전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음악이 나오는 오디오는 외양만으로 볼 때는 마치 최신의 오디오를 보는 듯하다. 미니멀리즘… 디터 람스 디자인이다.

13715186942701

애플(Apple)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는 자신의 디자인 선생은 디터 람스라고 서슴지 않고 얘기 했다고 한다. 지금의 애플이라 하면 아이팟과 아이폰을 떠 올리는데, 필자에게 애플은 매킨토시가 먼저 떠오른다. 80년대 중후반에 봤던 테이프를 메모리로 쓰던 애플은 그렇다 하더라도 90년대 초 부팅과 함께 음악이 나오던 매킨토시는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최고의 컴퓨터로 기억된다. 필자는 90년대 초중반을 그렇게 애플 매킨토시와 함께 미래를 꿈 꿨던 시절이 있었음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80년대 중반 애플에서 물러났지만 머지않아 아이팟으로 화려하게 등장했고 뒤이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그런데 아이팟과 아이폰의 디자인을 디터 람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닮은 꼴 현실은 디터 람스의 다음과 같은 10계명에서 읽을 수 있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다.
5.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6.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10.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턴테이블의 아크릴 덮개… 하지만 디터 람스가 선보였던 당시에는 이것을 ‘백설공주의 관’이라고 업계에서 조롱했다. 주파수 표시판과 조절 장치는 윗면에 배치하고 스피커는 전면에 배치한 이 디자인은 머지않아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끈다. 이것이야말로 시대를 앞지르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이다.

선반 가구의 한 쪽에 노랑/빨강/군청의 층으로 쌓인 기기가 보인다. 마치 자그마한 트랜지스터 라디오처럼 생기고 전면에 동그란 버튼과 스피커 형태의 이 제품은 놀랍게도 헤어 드라이어였다. 현재 시판되는 드라이기와 비교한다면 별로 놀라울 것도 아니지만 접선형 팬과 통풍구 중간에 놓은 스위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디터 람스는 할아버지로부터 목공예를 배웠다. 자신도 10대 중반까지 목수 일을 배우다가 20살이 되던 해에 예술공예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24세에 브라운 회사에 입사한 디터 람스는 유명한 한스 구겔로토(Hans Gugelot)와 함께 공동 작업을 하고 이후 닐스 비체 비초에(Niels Wiese Vitsoe)를 만나 목공예 작품과의 조합의 시작된다.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는 자신의 디자인 정체성을 “디터람스 오마주(hommage)”라 요약했다. 잡스 청바지 주머니에서 작고 예쁜 물체를 꺼내들자 많은 청중들에게 환호를 받았던 장면을 우리들은 기억 한다. 이때 세상에 등장한 아이팟은 21세기 디자인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디터 람스가 1958년 디자인한 Braun T3 포켓 라디오 디자인을 빼닮았다. 연이어 출시된 아이폰, 아이맥 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놀라게 한 애플의 창조적 디자인들은 디터 람스 복사판에 다름 아니었다. 이로부터 애플을 존재하게 만든 디터 람스 디자인은 새삼 주목 받게 된다. 뉴욕의 MoMa를 비롯해 유명 미술관들의 컬렉션리스트에 디터 람스 디자인을 올리기 시작하였으며 전시회도 빈번해지고 관심은 가히 폭발중이다.』<앤티크 문화예술 아카데미 김재규 대표의 글 중에서>

절제된 색상과 심플한 디자인, 기능성을 살리면서도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을 주장한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세대를 넘어 현대의 디자이너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명한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말처럼 시(詩)적 감성을 잃지 않은 ‘디터 람스 디자인’의 이번 전시회는 해운대 에스플러스 갤러리에서 8월 11일까지 계속 된다.

– 장소 : S+갤러리(해운대)
– 일시 : 2013. 6. 12 – 8.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