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표展(갤러리 조이)_130703

전시장을 들어서면 풍부한 볼륨의 여인들이 각각의 편안한 포즈로 관객을 반긴다. 푹신한 소파에 편안하게 엎드린 여인, 두 팔로 다리를 감싸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 꽃을 들고 몸을 조금 뒤틀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 몸을 둥글게 만들어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여인… 그리고 여인들의 어깨, 허리, 팔 등에는 자그마한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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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처럼 보이는 조각상도 있다. 손을 맞잡은 자매, 언니가 동생을 팔로 감싸고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청동상. 동생은 언니의 품에 푹 기대고, 언니는 상체의 품으로 동생을 꼭 껴안고 있다. 언니의 어깨위에는 또 한 마리의 새가 앉아 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춘표 작가는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위치한 갤러리 조이에 초대되어 전시 중에 있다. 전시장의 작품들은 외형적으로 두 가지 콘셉트로 분류되는데 부드럽고 풍만한 대리석 또는 청동으로 만든 여인상과 액막이를 뜻하는 북어 시리즈가 그것이다. 참고로 북어 시리즈는 소장가들이 작품 구입 후 길상이 있다는 소문 후 작가가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 속 여인의 어깨에 앉은 새. 새는 꿈, 자유, 이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20대 중반부터 여인상 특히 누드상을 주로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가 특유의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리얼리틱한 형태에서 점점 단순화되었고, 여인상에 새와 꽃을 넣음으로써 지금은 그녀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리고 그녀는 이러한 여인의 향기를 머금은 작품을 통해 관객 또는 소장가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의 소임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북어 작품은 자유롭고, 이상을 꿈꾸는 동경의 미학으로부터 시작됐다. 캔버스 위에 페인팅을 한 후 알루미늄 재질의 북어들을 암수 구별하여 배치시켰다. 물고기는 예로부터 영험한 힘을 가진다고 믿었었는데, 신분상승을 위해 잉어가 용이 되는 그림, 물고기는 떼 지어 다닌다고 가문의 번창을 염원하기도 하고 고구려 시조 고주몽이 물고기와 자라들이 만든 다리를 건너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속에는 신의 사자를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길조의 내용들을 과거 병풍이나 그림 속에 넣어 집안의 행운을 기원하기도 했다.

『정춘표의 여인상들은 전체적으로 각이 없이 부드럽고 풍만한 곡선을 지니며 표정에서는 오랜 세월을 인내한 인자하면서도 자애로운 내면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또한 다부지게 다문 좁고 도톰한 입술은 순진하고 천진무구하면서도 신뢰와 믿음이 간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보이는 대리석의 소녀와 여인들의 사랑스럽고 정감어린 모습은 온유하면서도 절제 있는 표정을 담고 있어 시선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작품과 공감대를 나누던 시간이 있었었다. 늘 느끼지만 작가와 작품은 일맥상통하며 작가의 내면세계가 고스란히 작품으로 재현됨을 또다시 느낄 수가 있었다.』<갤러리 조이 최영미 대표의 전시서문 중에서>

작가는 14번째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작품 속 여인들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날씬한 몸매의 조각상들은 점점 풍만한 느낌으로 변하였고, 이제는 평안하고 사랑스러운 작품, 질리지 않고 공감하고 위로가 되는 작품으로 변했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으로 위로가 되고 정화가 된다면 작가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는 내내 편안하고,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정춘표 조각전은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위치한 갤러리 조이에서 8월 3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3. 7. 3 –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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