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필展(어컴퍼니)_20220811

//전시 소개//
어컴퍼니에서는 해운대 달맞이 공간의 첫 프로젝트로 ‘블루‘ 색상을 고집하며 색의 언어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조은필 작가의 개인전 ’흔적의 모양’을 준비했다.
조은필 작가에게 ’블루‘라는 색상은 작업의 주된 조형 요소로 익숙함을 낯섦으로 바꾸는 매개체이다. 광기와 우울을 함유하고 있다는 보랏빛 도는 ’울트라 마린 블루‘ 색상으로 빈틈없이 채우고 덧입혀 작가의 기억 속에 축적되었던 이미지와 기억 또는 현존하는 오브제들의 본색을 탈색시키고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전환한다.

이번 개인전 ‘흔적의 모양’은 예상치 못하게 장기화 되고 있는 COVID-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겪어내야 했던 힘들고 무거운 감정의 환기를 위한 소소한 기쁨의 행위가 작업의 출발점이다. 작가는 집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느꼈던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하였다. 식물에서 싹이 돋아나거나, 우연히 활짝 핀 꽃이나 잎을 발견하는 등 일상에서 익숙하지만 우연한 순간을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과 반가움의 감정을 작업으로 옮겨왔다. ‘흔적의 모양’ 시리즈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이자 예술을 하는 작가로서 예술이 가진 역할과 태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끝에 얻은 답, 즉 예술적 행위가 사회적 역할뿐만이 아니라 작가 개인에게도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조은필 작가가 그동안 선보여온 ‘블루‘로 어떤 공간을 점유한다거나, 기존의 오브제를 활용한 ’블루‘의 영역 확장이 아닌 도자기법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는 점은 이번전시에서 특별히 주목할 점이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작가는 조각의 가장 근원적인 재료와 태도로 돌아가 흙을 이용하는 도자기법을 처음으로 배우고 연구하였다. 흙을 만지며 형태를 빚고 그 위에 ’블루‘색상의 안료를 올려 굽고 쌓기를 반복하였다. 이번 전시의 모티브인 매 순간 변화하는 식물들의 자취를 포착하고 그 곡선과 형상을 고착화시키기에 도자기법은 적합하였다. 작품이라는 결과물은 물론이며 모든 작업을 작가의 손을 거쳐 제작해야하는 그 모든 과정과 행위가 예술 그 자체인 것이다.

전시장은 유려한 곡선과 독특한 형태를 가진 조은필 작가의 ’블루‘색 식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조은필 작가의 ’흔적의 모양‘은 8월 11일부터 10월 1일까지 향후 어컴퍼니의 본거지가 될 해운대 달맞이 공간의 처음 그대로의 모습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작가노트//
이번 작업의 출발은 팬데믹 기간 느껴졌던 무거운 분위기와 감정들의 환기를 위해 주변에서 찾은 소소한 기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집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식물들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갯수를 늘리고 기르기에 집중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식물들에게서 발견한 형태였다. 특히 곡선.

이번 전시 제목인 ‘흔적의 모양’은 사전적 의미로 지나가고 남은 자취나 자국들의 겉으로 드러난 생김새를 의미한다. 식물들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성장하고 진다. 밤새 꽃이 활짝 피거나 싹이 올라오는가 하면 말려있던 잎이 펴져있기도 하고 물이 필요하면 물을 달라 신호를 보내듯 잎들이 동그랗게 말린다. 마치 말을 거는 것과 같은 식물의 표정인 것이다.

그래서 식물에게서 발견한 곡선을 모티브로 하여 즐거움과 놀라움, 반가움 등 자라남의 과정 속 선사해 주었던 극적인 순간의 식물의 모양을 포착하고 나의 의지로 변형하고 형상화한 작업이다. 조각을 전공하면서 지금까지 공간을 점유하거나 도전하는 의미로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하였다. 팬데믹을 보내며 예술을 하는 작가로서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예술의 역할과 태도,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하였고 적어도 작업이 작가 개인에게도 위로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당연한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위의 주제를 바탕으로 조각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재료와 태도로 돌아가 보자는 생각으로 자연물인 돌로부터 생성되는 흙과 철이라는 재료로 빚고 만들고 쌓는 작업을 하였다. 처음으로 도자기법을 배우고 연구하면서 흙을 빚고 코발트 안료를 이용하여 굽고 쌓고 붙이는 작업을 하였다. 이것은 식물의 성장 및 번식의 과정에서 이미 사라진 자취를 포착하여 그 모양을 고착화 시키는 좋은 재료이기도 하였고 나의 이야기를만들어 가는 연속물의 하나로 느껴졌다.

장소의 성격을 잃은 지 오래된 수직과 수평만이 존재하는 단조로운 공간에 식물의 형태에서 시작된 곡선의 이미지와 형태들로 채운다는 것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직선에 곡선을 넣어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상이한 두 형식의 간극을 새로운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게 형상화한 작업이다. 이를테면 이것은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며 일상적이고 형식적인 것들 대신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을 주는 공간이 된다.//조은필//

장소 : 어컴퍼니
일시 : 2022. 08. 11. –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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