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균하展(갤러리 라함)_20230629

//작가 노트//
“작가와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심오하고 복잡한 질문을 타인 혹은 자신에게 자주 묻곤 한다. 아직도 그 물음에 정답은 모르겠지만 나만의 답은 어느 정도 생겼다. 작가는 표현을 파는 직업이고 예술은 일종의 감탄사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거나, 헌신적인 사랑을 느낄 때 우리는 “와 예술이다!”와 같은 감탄을 하게 된다. 나의 작가 신념과 예술관은 이처럼 단순하지만 가볍지는 않고 복잡한 생각과 이념을 담지 않는 것이다. 주로 그저 내가 현재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것을 그릴 뿐이다.

나는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모방하기에도 벅차다. 각자의 시각이 다르기에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모방을 하더라고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새로움이라 생각한다. 결국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은 우리에겐 없다. 그저 있는 것을 모방하고 조금 바꾸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혹은 심미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 장소 그리고 물건과 같은 것들을 내 시각으로 모방하고 표현하는 일종의 ‘오마주’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작업이 작품이 아니라 공산품으로 여겨지길 원한다. 그저 필요해서 사는 물건처럼 쉽게 살 수 있는,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이 내가 바라는 지향점이다. 그렇기에 최근 모든 작업은 특별한 제목보다는 ‘For sale: This artwork, Never hyped #no.’로 통일하고 있다.

최근에 나의 작업들이 무언가 이질적으로 느껴진 적이 잦아졌다. 단순히 매너리즘이라 생각했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오래 지속이 되어서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결국 답은 ‘기본으로 돌아가자.’였다. 나는 시력이 좋지 않고 안경을 잘 쓰지 않아 세상을 흐리게 보는데 익숙한데, 그림을 그릴 때는 뚜렷하게 그리려 하는 것이 세상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나의 작업 방식에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점부터 다시 찍기로 했다. 점들이 모인 그림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뚜렷하지 않은 형상을 나타낸다. 이게 나의 시각과 가장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점은 모든 형태의 가장 원초적인 요소이기에 나의 작업의 기초를 다시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소 : 갤러리 라함
일시 : 2023. 06. 12. – 07.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