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展(아트스페이스 이신)_20230901

//언론 보도//
사진을 좋아했다. 사진학과 진학을 희망했지만 사정이 생겨 가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언론사에 입사해 사진기자로 일했다. 50대 중반을 넘어 첫 사진전을 열게 됐다. ‘사진가’로 사람들 앞에 선 정대현 부산일보 선임기자의 이야기다.

사진가 정대현 개인전 ‘이터널 웨이브스(영원의 물결)’가 오는 10일까지 부산 금정구 장전동 아트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린다. 정 사진가는 고등학교 때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이 너무 좋아 사진 서클에 가입하고, 대학도 사진학과를 가기로 했는데 사고가 생겼어요.” 아버지가 어렵게 내준 값비싼 ‘카메라 풀 세트’를 선배에게 빌려줬다가 잃어버린 것이다. “집에서 쫓겨날 뻔했어요. 그리고 사진과 진학은 포기했죠.” 그래도 마음속에는 언젠가 사진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정 사진가는 1990년 신문사에 입사해 30여 년간 현장을 누비며 취재 사진을 찍었다. “일간지 기자로 하루하루의 조류에 휩쓸리고, 다음날이면 그 많은 정보와 말들이 휘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목마름이 일었어요.” 시간이 묵묵히 담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그에게 ‘징검다리’가 생겼다.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부산일보에 연재된 ‘사진사색’이다. 사진기자들의 시선으로 색다른 해석과 의미를 부여한, 사진이 주인공이 되는 지면. 70여 건의 연재물에 정 사진가는 19번 참여했다.

‘이터널 웨이브스’전에서는 최근 3년간 송정, 해운대, 송도 등 부산의 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 30여 점을 전시한다. 그중에서 돌과 파도를 찍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정 사진가는 여명의 시간에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일출 30분 전부터 사물이 보이기 시작해요. 그때 장노출 기법으로 찍으면 파도가 왔다 갔다 하면서 돌 위에 그림자의 형태로 축적되는 것이 사진에 담기죠.”

화면에 등장하는 돌들은 손가락 몇 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돌이다. “물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면서 돌이 많이 흔들려요. 심지어 카메라도 바람에 흔들려서 건질 수 있는 사진이 많지 않아요.” 돌 주위에 작은 불꽃이 이는 것 같은 사진은 파도의 흔적(물기)이 빛에 반사된 것이다. 돌이 걸어오는 것 같은 이미지는 물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면서 남긴 흔적(물길)이다. 모두 흔들림 없이 버텨준 돌 위에 무수한 파도가 남긴 시간의 기록이다.

새벽에 사진을 계속 찍으면 색의 변화도 알게 된다. “블루에서 레드로, 커피를 드립하는 것처럼 색들이 드립 되는 모습을 보게 되죠. 그러면 평소 우리가 못 보는 색들이 드러나요.” 푸른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사진은 바다 옆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의 움직임을 찍은 것이다. 정 사진가는 ‘추상미술이 주는 감동’을 사진에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 작업이라고 했다.

“돌이켜 보면 어려울 때마다 바다에 많이 가 있었더라고요. 파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바다는 시작하는 그날부터 이렇게 계속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요. 앞으로도 침묵하는 것들과 시간이 담긴 것들에 계속 시선이 머물 것 같아요.”//부산일보 2023.09.03.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3. 09. 01. –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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