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우展(아트스페이스 이신)_20231006

//작가 노트//
인간모양(人間模樣)

네온이 켜지기 시작할 즈음에 신주쿠에 도착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과 만날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사회라는 톱니바퀴에 적응 못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나 역시 그랬다. 이런 사람들한테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사람 냄새!

내 몸에서는 마늘 냄새가 진동한다. 싸구려 향수보다 좋은 찐한 사람 냄새 그 냄새를 찍기 위해 광각렌즈를 들이민다.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마음이 아름다워야 한다. 진짜 꽃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찍은 꽃 사진에서는 향기가 날 것처럼. 그냥 내 개똥철학이다.

노숙자들 찍으면서 나도 노숙자가 될 뻔했다. 카부키쵸 한가운데 종이박스 깔고 누워서 하늘을 보면 진짜 끝내준다. 당장 내일 밥 걱정, 차비 걱정 그냥 다 잊어버린다. 너무 편안하고 기분 좋다. 이렇게 희희낙락하며 집에도 안 갈 때가 많았다. 추운 겨울에 누워있으면 가끔 술취한 사람들이 캔커피 밑에 천 엔짜리 놓고 가기도 한다. 여름엔 여자들 빤스 구경 실컷 한다. 빨간 빤스 까만 빤스 하얀 빤스 어쩌다 NO………
종이 박스 강추 합니다. 영혼이 외롭거나 마음에 상처 있는 사람들 한번 해보세요.//양승우//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3. 10. 06 – 10. 2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