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展(영담한지미술관)_20240401

//작가 노트//
탈피의 사전적 의미는 파충류, 곤충류 등이 자라면서 허물이나 껍질을 벗는다는 뜻이며, 일정한 상태나 처지에서 완전한 벗어남을 의미한다.

닥나무도 탈·피(벗겨진 껍질)를 통해 한지로 거듭난다.
닥나무의 질긴 생명력은 해마다 베어지는 가지치기에 있다.
그 베어지는 시간을 견딘 만큼 살아낸다.
“상처가 너를 죽이지 않는다면 너를 키울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고통과 고난 속에서 성찰하고 성장하는 인간의 삶이 닥나무를 닮았다.

닥나무에서 벗겨낸 껍질은 수고스러운 여러 작업을 거치며 지극한 노력과 정성이
더해져야만 한지가 된다. 닥나무는 한지로 거듭나 다시 천년을 살아간다.

바다, 땅, 하늘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삶도 그러하다.
제 목숨줄 같은 단단한 갑각을 버려야 사는 바다의 생명이 그렇고,
허물을 벗어야 다시 땅 위를 길 수 있는 생명이 그렇고,
번데기를 뚫어내야만, 알을 깨뜨려야만 하늘을 날 수 있는 생명들이 그렇다.

인간의 삶도 웅크리고 있던 자궁을 벗어나야 비로소 시작된다.
자궁 밖 세상도 참고 견디며 나아가야 하는 사바세계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의 본질은 ‘불안’이라 했다.
사바세계를 살아야 하는 불안한 존재가 고뇌를 거쳐 성장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설치 작업에서 백닥으로 표현한 웅크린 인간 형상은 살면서 고뇌하는 존재의 모습이면서, 내면적 성찰을 통해 성장해 나아간 인간이 남긴 탈피의 흔적이다.
피닥으로 표현된 다양한 점들은 이런저런 고뇌의 상처이고 흔적이다.

모든 탈피의 과정은 고통스럽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고민하는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탈피. 버려야만 다시 사는 모든 존재의 필연적 운명이다.//JAY//

장소 : 영담한지미술관
일시 : 2024. 04. 01 –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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