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훈展(갤러리 예동)_150307

작가는 말한다.
‘인간의 희망은 인간이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역사라는 줄 위에 떳떳이 서는 것이다.
예술을 안다는 것은
역사속의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역사라는 칠판 … 칠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계속 쓰여 지고 지워지는 행위들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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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예동 손옥규

김대훈의 분청으로 그려지는 일상

작가는 어릴 적 칠판에 써놓은 중요한 학습내용들이 쉬는 시간마다 지워지는 모습을 떠올리며 결국은 모두 사라지는 것이고, 사라지는 것이 있어서 아름다우며 그래서 또 시간이 흘러 죽어간다는 것이 아름답다는 결론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화두는 자연스레 ‘박제된 기억‘이 되었고 또 전시의 주제가 되었었다.

그는 요업디자인을 전공하여 30여년 흙을 만지며 그릇을 만들고 도판이나 도벽으로 누구보다 큰 그림을 그려왔다. 그의 일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하루하루가 주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느껴졌을 때, 모든 작업이 끝나는 시간 오롯이 작가 자신을 위해 매일 한 주먹의 흙덩이로 그릇 하나를 만들어 보자고 작정하였다. 그렇게 만든 그릇 하나하나는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어떤 날의 손 움직임과 마음까지 스며있었다. 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 그릇의 하루는 그냥 가벼운 하루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릇을 만들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물 여덟번째 개인전인 ‘김대훈의 일상전’에서는 ‘박제된 기억’을 넘어서고 있다. 박제라는 단어가 주는 어쩔 수 없는 슬픔을 딛고 다양한 색의 오일스틱으로 일상의 일들을 쓰고 지우고, 깎음의 반복을 되풀이 한다. 풍부한 단어들로 일상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는데 다소 도발적일 수 있으나 이것은 외양에 대한 묘사가 아닌 인간의 내면과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 하고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숨을 쉬는 것 처럼 당연한 행위일 수 밖에 없는데 깊숙이 숨겨두고 죽은 척들 행동한다. 작가는 일련의 동작으로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무엇보다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오늘, 어쩔 수 없는 반복적 일상들은 어제를 덮고 내일의 자리를 비워준다. 어쩌면 ‘나 여기에 있다’고 소리치며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 KISS는 RED , SEX는 WHITE 그래서 SEX를 하고 자면 핑크빛 꿈을 꾼다는 작가의 말에 누구라도 행복감에 젖지 않을 수없다. 박제된 기억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그 위에 흙물이 발리듯 오일스틱이 수천 번 지나간 자리엔 어느새 따뜻하고 순정적인 분청의 독특한 질감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획일적인 틀을 거부하고 불완전함 속에서 생동하는 생명력을 포착하려는 작가의 기질과도 닮아있다. 그 위에 오롯이 떠 오르는 ‘ La vie est belle ‘ ….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인생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작가의 바램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작가는 ‘로만 오팔카‘를 좋아한다. 그의 변함없는 작업방식과 시간과 존재라는 기발함을 좋아한다. 그리고 ’장 뒤 뷔페‘의 그림을 좋아한다. ‘지미 핸드릭스’를 좋아한다. 지구라는 위대한 도서관의 사서인 내셔날지오그래픽을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한다. 후회란 단어를 좋아한다(시간이 사람보다 빨리가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단어) 그리고, 그는 오늘도 낯선 풍경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고 있다.(갤러리 예동 손옥규)

– 장소 : 갤러리 예동
– 일시 : 2015. 3. 7 –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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