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展(광안갤러리)_20200511

//작가 노트//

되돌아보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고, 적지 않은 사건을 목격하였다. 그 결과의 경중을 완벽히 꿰뚫어 이해하지 못한 채 기성세대가 되었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두 사회 모두에 이방인이 되었고, 한국의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을 보며 향락 문화가 왜 그처럼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동화되지 않은 내면의 체중이 그림을 통하여 표출되었다.

외면적으로는 풍요롭고 화려하며 현란한 도시의 밤 에너지와 그 이면에 보이는 획일화된 생활, 불안, 공허함에서 기인한 ‘양가감정’이 생겨났다. 현대의 생활이란 자본이 만든 거대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불만, 불안, 공허의 감정은 오로지 돈과 소비에 대한 집착으로 해결한다. 화가 또한 일상으로부터 예외적 존재일 수 없지만 이러한 풍경과 현상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 것인가.

물질적으로 간편하며 편리한 스마트 세계는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며 폭력에 가까운 힘으로 무한 반복되고 있다. 디지털이 제시한 삶이 행복의 지향점이 되고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감정은 외면되었다. 영혼은 상실되며 공허한 상처를 집적하였고 나는 이 시선으로 인물들을 그려내었다. 복제 인간을 만들 듯 유일한 가치지향점을 지닌 정신이 부재한 현대인의 초상을 그림으로 오버랩 시켜보려는 시도였다.

시선을 좀 더 멀리 우리 삶의 공간을 바라본다. 도시의 풍경은 낮에서 밤으로 저물어가며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극명하게 달라진다. 해가 저물 즈음 인위적 조명으로 장식된 화려한 빛과 에너지는 그 사회의 맨 얼굴과는 다른 착시를 일으킨다. 안과 밖이 투영되는 밤의 구조물, 내부와 외부가 오버랩 되는 복잡하고 현란한 건축의 대세가 한국의 고유성과는 무관하게 난립하고 과거의 흔적을 덮어버리는 욕망의 현장으로 재탄생한다. 거대하고 단단한 거미줄 같은 팽팽한 와이어로 지탱되는 구조물은 현대 도시의 미로 같다. 복잡하고 냉소적인 긴장감은 흔적과 상처와 시간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무취, 무향의 도시풍경을 반영한다. 끝없이 올라가는 해운대의 마천루를 볼 때 마다 바벨탑의 전설이 떠오른다.

2014년을 전후로 적지 않은 아픔과 내면의 갈등이 요동치는 시기를 겪었다. 완벽함을 목적으로 질주하는 스마트한 일상, 결점 없는 디자인과 외형지상주의. 어느 곳이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디지털 영상, 물질을 향한 욕망이 만들어 내는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비극적 사건들. ‘순수한 예술’의 세계를 꿈꾸던 나의 희망에게 슬픔, 죄의식, 허무, 불안 등의 감정으로 인한 힘든 질문을 던지게 된다.//김성수//

장소 : 광안갤러리
일시 : 2020. 05. 11. –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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